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사도행전 27장 23-26절『내가 속한 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제 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 그런즉 우리가 반드시 한 섬에 걸리리라 하더라』 


바울이 유라굴라라고 하는 광풍이 부는 배에서 한 말이다. 바울은 여러 날 동안 풍랑이 계속치고, 먹지도 못하고, 구원의 여망이 없어진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천사가 나타나서 한 말을 전하면서『배의 손상 외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라도 천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대시대는 대부분 천사에 대해서 믿고 있었다. 


바울은 로마로 호송되고 있었다. 바울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믿음은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는 것이다. 믿음은 하나님 음성을 직접 듣고 믿는 것과 성경에 기록된 것을 간접적으로 믿는 것은 차이가 있다. 바울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였다. 믿음은 자기 자신이 글로서 된 것을 믿는가 아니면 하늘로부터 오는 음성으로 믿음으로 믿는가는 차이가 있다. 자기 자신이 믿는 믿음은 어떤 상황이 오면 사라질 수 있지만, 하늘로부터 오는 믿음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27장 27-32절『열나흘째 되는 날 밤에 우리가 아드리아 바다에서 이리 저리 쫓겨가다가 자정쯤 되어 사공들이 어느 육지에 가까워지는 줄을 짐작하고 물을 재어 보니 스무 길이 되고 조금 가다가 다시 재니 열다섯 길이라 암초에 걸릴까 하여 고물로 닻 넷을 내리고 날이 새기를 고대하니라 사공들이 도망하고자 하여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체하고 거룻배를 바다에 내려 놓거늘 바울이 백부장과 군인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들이 배에 있지 아니하면 너희가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이에 군인들이 거룻줄을 끊어 떼어 버리니라』 


열 나흘째 되는 밤이다. 순하게 불던 남풍을 맞으며 출발했을 때만해도 좋았는데, 유라굴로라는 광풍이 크게 일었다.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렸다. 배에 탄 모든 이의 꿈이 흔들렸고, 생명의 존엄은 광풍 앞에서 비틀거렸다. 항해를 시작한지 이튿날 사공들이 짐을 바다에 풀어 버렸고, 사흘째 되는 날 배의 기구를 자신들의 손으로 내버렸다고 기록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사람의 능력과 희망이란 하루도 견딜 수 없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자수성가를 꿈꾸며 담았던 곡식과 상품들이 하나 둘 버려졌다.  


자정쯤 되었을 때, 파도의 철썩임 소리가 조금씩 달라졌다. 사공들은 육지에 가까워진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물을 재어 보니 36미터였고, 조금 지나 다시 살피니 27미터였다. 수심이 얕아지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자정이었기 때문이다. 수심이 얕아지며 배가 암초에 걸려 침몰할 수도 있었다. 사공들은 급한 물살에 이끌리다 암초에 부딪쳐 침몰하지 않도록 후미에 닻 네 개를 내려 중심을 뒤로 향하게 했다. 


27장 33-37절『날이 새어 가매 바울이 여러 사람에게 음식 먹기를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의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 하고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 먹으니 배에 있는 우리의 수는 전부 이백칠십육 명이더라』


이 와중에 바울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떡을 떼어 축사를 하고 막도록 했다. 떡을 떼어 축사를 한다는 것은 육적 음식을 먹지만, 영적으로 배에 있는 자들이 감동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상황을 통해서 하나님을 깨닫게 되고 바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백칠십육명이라는 수를 계산하여 누가가 기록했는데, 배 안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는 말도 되지만,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배의 공간에서 바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으며, 광풍으로 인한 어려움이 그들에게는 은혜가 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신다. 


27장 38-42절『배부르게 먹고 밀을 바다에 버려 배를 가볍게 하였더니 날이 새매 어느 땅인지 알지 못하나 경사진 해안으로 된 항만이 눈에 띄거늘 배를 거기에 들여다 댈 수 있는가 의논한 후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는 동시에 키를 풀어 늦추고 돛을 달고 바람에 맞추어 해안을 향하여 들어가다가 두 물이 합하여 흐르는 곳을 만나 배를 걸매 이물은 부딪쳐 움직일 수 없이 붙고 고물은 큰 물결에 깨어져 가니 군인들은 죄수가 헤엄쳐서 도망할까 하여 그들을 죽이는 것이 좋다 하였으나』 


그리고 배가 천천히 해변으로 향하길 바라며 선두의 상황을 살폈다. 자정 즈음부터 동이 트는 몇 시간은 열나흘 동안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균열시켰다. 누구보다 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공들이 도망을 치려고 작은 배를 바다에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지켜야 했던 군인들은 죄수가 도망칠까봐 죽여 버리자고 했다. 


암초에 배가 반파될 확률이 높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무서웠고, 죄수들이 도망친다면 자신들의 목숨으로 갚아야 했기에 죽이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속에 바울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생명까지 버렸다 고백했던 그에게 더 이상 버릴 것은 없었다. 배 안에 있던 모두가 상실의 아픔에 지쳐 쓰러졌음에도 그는 아직도 배 너머 로마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닻을 내리는 척하며 거룻배를 내리던 사공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상황 너머의 소명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울에게 열나흘은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자로써 무죄하다는 것을 검증하는 시간이었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결국은 로마에 가게 될 것이란 확신을 되새김질하는, 하나님과 독대하는 자리였다.


바울은 백부장 율리오와 군인들에게 사공들을 붙잡아야만 모두 살 수 있다고 외쳤다. 그래서 군인들이 마지막 남은 희망일 수도 있는 거룻배 줄을 끊어 떼어 버렸다. 이러한 바울의 생각이 누가에게까지 확산되어 우리는 모두 이백칠십육 명이라고 적게 했다.


27장 43-44절『백부장이 바울을 구원하려 하여 그들의 뜻을 막고 헤엄칠 줄 아는 사람들을 명하여 물에 뛰어내려 먼저 육지에 나가게 하고 그 남은 사람들은 널조각 혹은 배 물건에 의지하여 나가게 하니 마침내 사람들이 다 상륙하여 구조되니라』백부장이 바울을 구원하려 하는 의미는 일단 그를 로마에까지 호송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나아가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의 뜻은 죄수들을 다 죽이자는 생각이었지만, 백부장은 그것을 막았다. 백부장은 순간 하나님을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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